어느 계절 

글 | 우혜진 큐레이터

진종환은 이번 개인전《어느 계절》에서 지난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작업한 신작 회화를 선보인다. 계절에 따라 천천히 변화하는 풍경을 감각하여 추상회화로 옮겨온 그는 겨울과 봄 사이에 흐르는 계절의 변화와 움직임을 포착하여 화면에 담아냈다. 작품을 들여다보면 흘러가는 공기, 변화하는 온도와 습도, 움직이는 바람과 빛이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몇 번이고 덧칠한 색과 면, 그 사이사이 올려진 선과 점이 만들어내는 어디선가 한 번쯤 보았을 법한 풍경들. 각각의 작품은 겹겹이 쌓인 땅에서 돋아나는 새싹처럼, 겨우내 그가 마주하고 옮겨 스며든 색과 시간의 감각들이 중첩되어 있다.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은 인간이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처음 수용하는 감각 기관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느끼기보다 느끼는 대로 생각하고, 감각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 가속화된 시간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현실에서의 느리고 약한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일종의 ‘정서적 무감각’의 상태를 겪게 한다. 이는 외부와 공감하거나 감응하는 능력을 상실케 하며 자기중심적 사고를 키워내 우리의 순수한 내면세계를 가리기도 한다. 

진종환의 작품은 ‘작품을 본다’라는 시각적 감각과 함께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공감각적 심상을 떠올리게 한다. < 봄이 오는 시간 >은 잠시 포근해진 겨울날 나뭇가지 위에 피어난 봉우리를 발견한 무렵의 작품으로, 화면 위의 선들은 새싹이 나오는듯한 생동감과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겨울의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을 포착한 < 구름이 바람따라 >, 어둑해지는 하늘에 섞인 푸른 땅의 색을 담은 < 노을빛 공기 >, 나란히, 그러나 각자의 시간에 따라 피어나는 듯한 < 잎과 잎 사이 >, 추운 겨울 코끝이 시린 공기가 촉각적으로 느껴지는 < 차가운 공기 위로 >는 동일한 크기의 캔버스에 작업했지만, 각기 다른 화면으로 구성되어 각양각색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이 외에도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들은 각 작품의 제목처럼 어둑하고 긴 겨울과 생동하는 봄 사이에서 작가가 감각한 것을 담은 작품이다. 기존 작업을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냈던 계절의 관점에서 더 나아가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활용하여 필연적이고 불가항력적인 계절의 틈 사이에서 변화하는 자연을 어떻게 다시 시각적으로 표현할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담고 있다. 

겨울의 시간은 공기가 천천히 움직인다. 
느린 속도로 이동하는 구름 위로 태양은 계속해서 떠오른다. 
이제, 마른 가지는 겨울의 시간을 지나 
점점 가까워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새벽 해가 뜨기 전, 6시 무렵 나무 봉우리 속에 희미한 녹색이 일어나는… 
나는 어쩌면 봄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닌가? 

작가처럼 일상 속 풍경을 마주할 때 각기 다른 바람의 온도와 속도, 옅고 진한 숲속 내음, 구름의 이동 등 시각 외의 관점으로 관찰하고 이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어떤 것을 감각할 수 있을까. 그전에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감각을 되살릴 수 있을까. 

익숙하지 않은 감각으로 지나치게 될 겨울을 통과하여 마주할 봄의 기운을 서서히 느껴보는 일. 나와서 자라고 쇠약해져 사멸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갖고 유기적으로 생성하는 자연의 순환을 떠올려보는 일. 그 자연의 순환 사이에 고요히 존재하는 어느 계절을 떠올려보는 것. 그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짙은 추상 속에 숨겨진 자연에 대한 신비로운 감수성은 우리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의 역할을 하고 이는 우리를 감각적 사유로 이끈다. 

진종환의 작업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다른 감각들을 되살리게 한다. 고요히 존재하는 어느 계절을 담아낸 그의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며 감각적 사유의 확장을 통해 감각을 실마리로 삼아서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이해하는 것, 모르는 것, 그 전부를 축적해 나가는 내면의 여정으로 떠나보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란다. 



Any Season

Written by Hyejin Woo

Jonghwan Jin showcased his new paintings created between November 2023 and February 2024 in his solo show Any Season. These paintings capture the transition from winter to spring, translating the gradual transformation of landscapes through the progression of the seasons into abstract paintings. A close examination reveals the sensations of circulating air, fluctuating temperatures and humidity, and the shifting wind and light. The stacked layers of colors and planes, interspersed with lines and dots, conjure landscapes that feel familiar. Each piece, like a sprout emerging from the depths of the soil, embodies the accumulated sensations of color and time that Jin encountered and absorbed throughout the winter.

Human senses—sight, smell, hearing, touch, and taste—are the primary conduits through which we initially receive all information. Through these senses, we understand the world not by feeling as we think, but by thinking as we feel. Accelerated time offers us convenience but also leads to a kind of ‘emotional numbness,’ rendering us insensitive to the slow and subtle stimuli of the world around us. This desensitization erodes our ability to empathize and connect with our surroundings, fostering self-centered thinking and veiling our pure inner world.

Jonghwan Jin’s works in Any Season evoke a synesthetic imagery that engages not only the visual sense but also other sensory domains. Capturing the moment when flower buds bloom on tree branches amid a brief warm spell in winter, In Time for Spring brims with lines that convey the vibrancy of sprouting buds and the energy of life preparing for new birth. There are also paintings that, though the same in size, depict different scenes, each creating a unique flow. In Cloud Chasing the Wind, Jin captures the movement of clouds driven by the winter breeze of an unknown origin. Sunset-Tinted Air holds the earthy blue tones intermingled with the encroaching darkness of the sky. Between Leaves depicts leaves blooming side by side yet each in its own time. Above the Frosty Air tactically captures the biting cold of winter air that stings the nose.

As reflected in their titles, these new works encapsulate what Jin felt between the long, dark winter and the coming of vibrant spring. Going beyond his previous direct depictions of the seasons, Jin has explored how to visually express the inevitable and irresistible changes in nature. Using senses beyond sight, this series contemplates how to portray the transitions of seasons through sensory experiences.

In the time of winter, the air moves slowly. 
Above the languid clouds, the sun continues to rise. 
Now, the dry branches, having endured the winter, 
begin to stir, reaching towards the approaching sun. 
Before dawn, around 6 a.m., a faint green emerges within the tree buds…
Perhaps I was waiting for spring to arrive?

What sensations might we perceive when we, like the artist, confront everyday landscapes and observe the varying temperatures and the speed of the wind, the subtle and robust scents of the forest, and the movement of clouds from a non-visual perspective? And before all that, how can we revive our senses?

It is about gradually sensing the breath of spring we encounter after passing through the winter with our unfamiliar senses. It is about contemplating nature that organically generates life through the cycle of emergence, growth, decline, and demise. It is about thinking about a season—any season—that tacitly exists within this natural cycle. The mystical sensibility towards nature, hidden within the dense abstractions of Jin’s work, serves as a conduit to awaken our senses, leading us to a profound sensorial contemplation.

Through his practice, Jonghwan Jin revives our dormant, overlooked senses. By slowly savoring his works that capture the quiet presence of a season, we are invited to expand our sensory contemplation. Using our senses as a compass, we embark on an inner journey that accumulates everything—what is seen, what is unseen, what is understood, and what is unknown.